백현아. 옆에 끼고 놀던 여자를 부르는 것 마냥 부드럽다. 술에 쩔어 내 이름을 부르는 녀석의 목소리가 짜증난다. 내 이름을 ‘변백현’이 아닌 ‘백현아’라고 부르는 건 항상 술을 한 됫박 마시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술을 이렇게나 마시면, 다른 사람의 향기를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 이 새끼는 새벽 세 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스탠드...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조금 떨고 있던 찬열은 백현과 동시간대에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종인이 일을 마쳤다며 먼저 나간다고 사람 좋게 웃으며 문을 나서는 데에 밝게 배웅인사를 건넸다. 조금 일찍 와서 둘이 일 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자니 종인은 딱 제시간에 칼퇴근을 했고 백현은 아이스크림 스쿱을 헹궈두고 콘을 채워놓고 가겠다면서 일부러 조금 늑장을 부리는 중이...
영은의 손목을 붙잡고 항상 담배를 피우곤 하던 옥상으로 올라가는 경수의 입가가 다부졌다. 반면 영문도 모른 채 투덜거리기도 전에 여기까지 끌려온 영은을 잡은 손아귀 힘은 어느새 부드럽게 풀린 채였다. “니 드라마 너무 마이 본 거 아니가.” 정말 뜬금없이 옥상까지 끌고 와서 저를 마주보고 서는 경수에게 영은이 볼멘 소리로 내뱉았다. 여태 경수가 붙잡고 ...
유난히 심한 태풍이었다. 창 밖으로 내리는 굵은 빗줄기는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도 멎지 않았고 비구름으로 어둑어둑한 하늘은 평소 같았으면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아침잠을 깨워 줄 햇볕을 좀처럼 내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굳이 태풍 때문이 아니더라도 백현은 잠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아니, 깰 수 없었다. 몽롱함을 느낀 건 백현이 끌 생각도 하지 못...
괜찮은 척으로 억지로 우정을 이어가는 노력은 당사자 둘에게는 고문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지켜보는 경수 입장에서도 그랬는데, 정작 그들 주변의 다른 사람들 - 특히 영은이 - 의 시선에는 그들이 언제나처럼 아주 끈끈하고도 특별한 우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백현이 애써 찬열에게 여느 때와 같은 우정이라던가, 우리가 어릴 땐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 경수가 내민 차가운 맥주캔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저녁이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지지 않은 해가 저 멀리 걸려 있었고, 백현은 그걸 지켜보며 캔을 받아들었다. 어디서 뚬쳐 온 게 아니라, 슈퍼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사 온 술이라 이렇게 시원할 수 있는 거였다. 마을 어른들끼리 다 아는 사이고 그래서 마을의 유일한 편의점...
백현은 이제는 찬열과 경수가 담배를 피우러 올라갈 때 같이 가지 않았다. 담배 냄새를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끝까지 따라붙던 마음속 숨겨온 애정은 그날 이후로 버리거나, 여의치 않으면 더 깊숙이 파묻어야 할 감정이었다. 경수는 영은과 찬열의 상황을 대충 짐작했던 모양이었다. 다만 백현이 그런 대화를 자신에 대입했던 건 맞지만 둘 다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던 터라 ...
아슬아슬하게 찬열이 그를 붙잡아 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발목이 약간 놀란 것 같다. 살짝 부어오르는 것 같아서 언덕을 내려와 집으로 가는 길이 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현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과, 욱신거리는 발목 그리고… 손목을 느꼈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찬열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간 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약간의 복수심과 장난기로 인해서...
찰칵, 찰칵. “내도 줘. 남는 거 있나?”“자.”“한 개, 두 개, 세 개…. 뭐고 니 와 이래 많이 갖고 댕기는데?”“아빠가 무방비하신 거야.” 후- “백현이 니도 줄까.” “됐다. 니나 마-이 피우세요.” “그라믄 왜 맨날 쫓아 올라오는데?” “바람 쐬러.” 백현은 숨을 들이켰다. 그러다가도 자신의 코로 곧장 날아드는 매캐한 담배 연기에 아, 시바. ...
타닥타닥 달려가는 발소리가 조금 다급하게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뜀박질의 주인공은 막 땀을 훔쳐내는 소매가 오히려 얼굴을 더 더럽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로 뛰느라 여념이 없는 표정이다. 발에 꿰어 신은, 이라고 표현하면 딱 맞을 모양새로 너덜거리며 달려 있는 슬리퍼는 정말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일 정도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사이즈도 큰데다가 발등...
찬백쓰기 좋아하는 연성러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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